[우리 엄마가 가셨다] 2024년 1월20일 (토) 하루 종일 비
엄마가 가셨다.
이젠 다시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깊은 치매 때문에 요양원에 계실 때
보고 싶어 찾아가서 서로 마주하면
초점 없는 눈동자로 나를 보시며
‘누구시꽈?’하며 깊은 제주사투리로
사랑한 아들조차 알아보지 못하시던
우리 엄마가 가셨다.
엄마가 가셨다.
미소 띤 얼굴 영정 사진만 덩그러니
맑은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슬픈 날에도, 기쁜 날에도
여전히 같은 웃음으로만 바라보시고
말없이 마음 없는 웃음으로만
그렇게 덩그러니 나를 바라보실
우리 엄마가 가셨다.
엄마가 가셨다.
칠순이 된 늦은 나이가 되어서야
나를 따라서 교회 문턱을 넘으시고
우상의 짐을 털어버리려 발버둥치고
교회 가는 날이면 재촉하여 앞장서며
어려운 찬송도 곧 잘 따라 부르고
어느 누구보다 성경 찾기에 달인이던
우리 엄마가 가셨다.
엄마가 가셨다
자식을 다섯이나 앞세운 아픈 가슴
드러내지 못하고 입술 깨물고 평생 눈물로
가슴에 자식을 묻은 아픔이 더해질 때마다
조금씩 스러져 가셨을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
그 아픔을 잊으려고 치매를 품고 사셔서
아들의 이름도, 얼굴조차도 잊고 사신 날들
우리 엄마가 가셨다.
엄마가 가셨다.
눈을 감고 산소 호흡기를 입에 문 중환자실에서
바짝 말라버린 야윈 모습과 한쪽만 깎여진 머리
머리 수술 자리에 박혀있는 투명한 호스 줄
그 작은 몸에 수없이 꽂혀있는 주사바늘들
얼기설기 얽혀진 소변 줄과 침대에 묶여진 끈
생명을 붙잡고 있는 듯 작은 화면의 움직임
우리 엄마가 가셨다
엄마가 가셨다
아픈 인생길 허물 벗은 나비처럼 예쁜 날개를 펴고
천국문에서 두 팔 벌려 맞이할 예수님을 만나러
행여나 먼저 간 자식들을 만날 꿈을 가득 안고
그 동안 살아온 험난한 세월 한 줌 미련도 없이
아픔도, 고난도, 눈물도 없는 영원한 하늘나라로
천사처럼 변화된 예쁜 모습으로 하늘을 훨훨 날아서
그렇게 우리 엄마가 가셨다